[성명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의 미래상과 전환과정에 대한 ‘나침반’ 역할에 충실하라!

  • DATE : 2021.08.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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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석탄 7기를 존속하겠다는 시나리오 1안의 경우 탄소중립 목표를 담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에 의문, 반드시 철회되어야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목표를 감안하여 의욕적이고 구체적인 미래상을 제시한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할 것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세 가지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오늘 오전 공개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초안에는 전환부문에서 석탄발전의 퇴출(2안), 화석연료의 퇴출(3안)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어, 지난 6월 말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부 측 시나리오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한층 진일보한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여전히 세 가지 시나리오 중 순 배출량이 ‘0’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오직 하나뿐이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에 있어 ‘나침반’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벌써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체계와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원료와 연료의 전환을 고려하였다는 1안의 경우, 2050년 석탄발전 비중을 1.5%로 제안하면서도 굳이 현재 건설 중인 6기를 포함해 “2050년에 설계수명 30년이 도래하지 않은 석탄발전기들을 유지”하겠다고 제시하였다. 이는 탄소중립위원회가 현재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표명한 것과 다름이 없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확실한 ‘신호’를 제시해야 하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 아닌지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1안에서 상정한 바와 같이 7.3GW에 달하는 신규 석탄발전기들을 존속시키면서도 석탄발전의 비중을 1.5%로 낮추려면, 발전기들의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거나, 아직 상용화되어 있지 않은 대규모 CCUS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더라도, 이러한 제안은 이용하지도 않을 발전기들의 건설을 마치고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원하지도 않고 쓰지도 않을 석탄발전기들의 건설원가라는 큰 비용과 여기에 추가로 발생할 막대한 CCUS 설비 비용을 고려하면 그 경제적 타당성 역시 심각하게 우려된다. 


이러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상에 따른 국제사회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리는 것이다. 최근 IEA가 발표한 ‘2050 넷 제로, 전 세계 에너지 부문 로드맵(Net Zero by 2050, A Roadmap for the Global Energy Sector)’ 보고서에서, 온 인류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먼저 전력 부문의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며,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약 9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이미 작년 하반기 한차례 시민 공론화를 통해 마련한 국가기후환경위원회의 권고를 명백히 무시하였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가 있다. 당시 500여 명의 국민참여단이 몇 달간의 숙의 과정을 거친 뒤 진행된 공론조사에서 석탄발전 중단시기로 2045년(25%), 2040년(27%), 2039년 이전(19%) 등을 선호한다고 답변하여 총 국민참여단의 71%가 2045년 이전 탈석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무겁게 받아들인 국가기후환경회의 역시 2050년 탄소중립목표를 감안한다면 2045년 이전에 탈석탄해야 한다는 권고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석탄을 넘어서’는 오늘 발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 1안의 철회를 탄소중립위원회에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년 탄소중립”의 미래상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제안한다. 석탄발전소의 건설중단 내지는 폐지에 관한 근거 법률의 부재는 탄소중립위원회가 걱정할 일이 전혀 아니다. 법제도는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 인류가 기후변화 대응에 실패하여 해수면이 상승하고,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도래하는 등 기후위기가 현실화할 확률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빠른 온실가스 감축이 훨씬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은 2007년 영국의 스턴보고서를 비롯하여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 등을 통해 여러 번 제시된 과학적 사실이다. 최근 독일의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현재의 기후변화 대응을 미루는 것은 미래에 더 큰 감축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미래세대에 대한 “포괄적 자유권”의 심각한 침해를 가져온다. 


이러한 명백한 사회적 부조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온 인류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금세기 말까지 1.5도씨 이내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에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서 선진국들이 반드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목표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약속이기도 하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이러한 목표를 감안할 때 무엇이 가장 달성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식인가를 고민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적 기반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가면 그만이다. 탄소중립위원회의 명확한 역할 인식을 요구한다. 

 



2021년 8월 5일

석탄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