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대 탈석탄’ 선언 동참했으나 정작 수행할 의지가 없다는
산업통상자원부…탈석탄을 위한 국제사회의 진지한 노력에 먹칠해
지난 4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이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다. 본 선언은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세계 선언'(Global Coal to Clean Power Transition Statement)으로, 파리협약의 1.5도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조속히 청정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의 시대를 종식하자는 금번 글래스고 당사국총회의 주요한 성과로 기록될 선언이다.
이 선언에 한국은 물론이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주요 석탄발전 국가들이 서명함으로써 회담장에는 잠시 희망의 빛이 서렸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불과 며칠 전인 10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사국총회 연설에서 한국의 탈석탄 시점을 “2050년까지”로 언급함으로써 국제사회는 한국의 “2050 탄소중립” 이행 의지를 반문해야 했다. 그런데 바로 며칠 뒤인 지난 4일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탈석탄 선언에 서명하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그러한 의혹이 해소되고 한국의 탈석탄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예측이 쏟아졌다. 해당 선언에서 서명국가에 “주요 경제국들이 2030년대 탈석탄 달성을 목표로 관련 정책을 개발할 것”을 공약하도록 분명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언 가입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국정부의 탈석탄 계획에 대한 후속 질의가 이어지자마자 한국 정부는 돌연 입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석탄 선언에 동참하게 된 배경과 향후 대응 계획을 묻는 언론에 수세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탈석탄 선언문의 내용이 ‘원론적 내용’에 불과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또 ‘원론적 내용’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에 동의한 것이며, 2030년대 석탄발전소 퇴출을 위한 ‘노력’을 약속한 것뿐이라는 책임 회피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석탄 퇴출과 기후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진지한 노력을 반감시키는 심각한 행동으로 국제사회는 이제 의혹과 우려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되었다. 이에 ‘석탄을 넘어서’는 제대로 된 기후 대응 의지 없이 선언에 참여한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강력히 비판하며, 한국 정부가 2030년 탈석탄을 선언하고 제대로 된 탈석탄 정책을 내놓겠다는 다짐으로 국제사회에 명확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
여러 기후분석 기관들은 물론이고 UN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권고했듯,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파리협정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서 한국은 2030년 탈석탄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정부는 공식적인 탈석탄 시점에 대한 문의에 “2050년까지”이고,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당겨질 수 있다”, “2030년대 탈석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수사로 일관하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정부가 그동안 그토록 부인하고자 했던 ‘기후악당’국가의 일면이 아닐 수 없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발표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석탄발전 중단 시점에 대한 명확한 정책 신호가 내려지지 않음으로 인해 현장에서는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지와 신규 석탄발전소의 건설 중단과 후처리를 위한 정책과 관련한 실질적인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석탄을 넘어서’는 2030 탈석탄 선언을 통해 정부가 이번 탈석탄 선언 서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다. 동시에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지, 신규 석탄 건설 중단, PPCA(탈석탄동맹) 가입 등을 통해 분명한 탈석탄 의지를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의 이번 선언은 결국 허울뿐인 또 하나의 '그린워싱' 시도로 기록될 것이다.
2021년 11월 8일
석탄을 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