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넘어서, 대주단 및 재무출자자 32개 기관에 삼척석탄 투자 의지 물어
투자 여부·의향 등 금융기관 답변 모아 9월 1일 홈페이지 공개
오는 10월 준공을 앞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를 두고 관계사 및 유관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고심에 빠졌다. 전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꼽히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국내에 새로이 준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있는 금융기관들은 곤혹스러운 가운데 자사의 탈석탄 금융과 ESG 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생겼다.
전국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 넘어서’는 대주단 및 재무출자자에 포함된 금융기관 32개에 삼척블루파워 건설에 대한 투자 여부와 의향을 묻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지난 18일 ‘석탄을 넘어서’는 각 금융기관에 삼척블루파워 투자와 관련된 질의서를 발송했으며 2주 동안 답변을 받아 결과를 다음달 1일 ‘석탄을 넘어서’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이후 관련 활동을 이어가며 삼척블루파워 금융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질의서는 △현재 재무출자 및 대출로 삼척블루파워 투자 여부 △사회 전반의 기후위기 대응 맥락에서 삼척블루파워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 △사업이 중단될 필요성에 대한 동의 정도 △중도 매각하거나 대출을 회수할 의향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출자자와 건설사로 참여한 포스코 그룹(포스코에너지, 포스코건설)은 이미 “석탄발전사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상업운전 후 지분매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책임 준공 의무를 이행하고 운영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척블루파워에 출자를 결정했지만 탈석탄 금융 바람이 불면서 금융기관들도 포트폴리오에 석탄발전 자산을 포함하는 게 불편해지는 등 몇 년 사이 분위기도 급변했다.
주요 재무출자자로는 농협은행, 산업은행, KDB인프라자산운용, 우정사업본부, 중소기업은행 등이 있으며, 대주단에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KB손해보험 등 29개 금융기관이 있다. 이처럼 공적 금융기관부터 시중은행까지 ESG를 선도해가려고 하는 메이저 금융기관들이 삼척블루파워에 재무적으로 엮여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2100MW(총 2기) 규모의 초대형이자 국내 마지막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다. 준공돼 가동이 시작되면 매년 온실가스 1300만 톤을 배출하며 2020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의 2%에 해당하는 양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고 깊은 고민을 하고 큰 자원을 투자하는 가운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은 이런 노력을 무의미하게 한다며 비판받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국민 5만 명이 참여해 ‘탈석탄법’이 국회에서 지난 17일 발의됐다. 삼척 주민들도 건설에 반대한다. 지난해 4월 삼척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60.3%가 건설에 반대한다는 답을 내놨다.
삼척블루파워는 재무적으로도 난항이 예고됐다. 가동률 85%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건설원가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데, 송전망 건설 문제로 인한 송전 제약과 탄소중립 목표 실현으로 인한 석탄발전 비중의 감소로 가동률은 급격히 하락해 2040년엔 25%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리스크가 반영되면서 삼척블루파워 신용등급평가 역시 하락하는 추세에 있다.
삼척블루파워는 기후환경적으로나 재무적으로나 삼척 안팎의 시민부터 정치권, 기업들까지로부터 모두 외면받고 있다. 사업을 더 강행함에 따라 좌초자산 리스크가 더욱 커지기 전에 삼척블루파워가 금융권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열쇠는 금융권에 있다. 대주단 및 재무출자자 금융기관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이들이 삼척블루파워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들은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미래를 보장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책임투자의 선례를 확립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