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삼척블루파워 사업 중단 놓고 벌어지는 투자기관-정부-포스크그룹 '3자 눈치게임'

  • DATE : 2023.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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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중단 의지 있다면 일부 투자 기관, “투자 철회할 수 있다”

32개 기관 중 11개 기관만 답변해…기후위기 대응과 탈석탄 금융 의지 부족

삼척 이후 신규 석탄발전 없지만 ‘신규 석탄 투자 금지’ 고수하는 투자사들



삼척석탄화력발전소(삼척블루파워)에 투자 중인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껍데기 탈석탄 정책'만 내세워 삼척블루파워 투자 중단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산업은행 등 일부 기관들은 좌초자산 위험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간의 시장 관행에 따라 석탄투자의 사업성이 악화되지 않으리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탈석탄의 중요성이나 그 이행 의지를 내비치지 않았다

 

'석탄을 넘어서'는 지난달 18일 삼척블루파워의 대주단 및 재무출자자 32개 금융기관에 서한을 송부해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 여부, 기후위기 대응에서 사업 필요성, 사업 중단에 대한 동의 여부, 중도 매각 및 대출 회수 의향 여부를 물었다.

 

32개 기관 중 11개 기관만이 회신을 보냈다. 투자 중이라고 밝힌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한 10개 기관 모두 계속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응답 여부와 답변 내용은 별도 문서에 정리됐다.

 

중소기업은행, 삼성생명·화재, KB손해보험, 교보생명, NH농협은행 등 21개 기관은 추가로 여러 차례 유선으로도 문의했지만, 답변을 거부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탈석탄 정책 수립 및 이행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10개 기관들도 자사 탈석탄 선언이 신규 석탄발전 투자에 국한된다며 기존 계약 체결된 삼척블루파워 투자는 계속하겠다는 답변뿐이었다. 해당 금융기관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공감한다면서도 삼척블루파워에 대한 투자는 탈석탄 정책 선언 이전에 체결됐고 상호 신뢰의 이유로 해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으로 석탄에 투자 중인 기관이라는 오명을 벗어낼 순 없다. 삼척블루파워가 사실상 국내 마지막 석탄발전소며, 앞으로 엄격해지는 기후위기 기조에 따라 새롭게 추진될 석탄 사업도 전무하다. 다시 말해, 신규 석탄에 대한 투자 중단 정책은 누구나 선언할 수 있는 방침이다. 해외에 많은 금융기관들은 탈석탄 정책 시행에서 적극 소급적용하며 경우에 따라 이른바 중도 손절매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 석탄 투자 중단이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탈석탄 정책만 강조하는 동시에 한 발짝 물러난 금융기관들의 태도는 비판받을 여지가 매우 크다.

 

삼척블루파워의 사업 중단은 사업주인 포스코그룹의 결단도 필요한 상황이다.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금융기관 중 일부 기관은 사업의 중단 필요성을 묻는 문항에 "사업주인 포스코그룹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일부 금융기관은 포스코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 포스코그룹이 중도상환 의지가 있다면 지분 매각과 대출금 회수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포스코그룹이 자사 ESG 경영 준수를 위해 사업 중단 의지만 밝히면 삼척블루파워 가동 전에 중단 논의가 이뤄진다고 내다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3월 포스코그룹 역시 준공 이후 운영이 안정된 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사업주의 책임을 방임하고 있다고 비판받았다.

 

삼척블루파워 금융 제공이 중단되려면 결국 정부의 조속한 대응도 요구된다. 기후위기 대응 기조와 송전제약 등에 따라 삼척블루파워의 사업성이 기대치에 미달할 수 있다는 우려에 관한 질의에 일부 금융기관은 정부에 의존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 석탄발전의 손실을 막아주는 총괄원가 보상제도가 있기 때문에 공사비 증가, 송전 제약 등 사업상 손실이 우려되는 여러 변수가 있어도 앞으로 적정 수익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결국 투자를 지속할 의지가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여러 규제가 이뤄지고 앞으로 더 강화될 것임에도 앞으로도 정부가 삼척블루파워의 수익을 보장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이 같은 왜곡된 기대로 좌초자산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갖고 결단해야 한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핵심은 포스코의 중도상환 의사만 있다면 투자 철회할 의향이 있다는 금융기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결국 포스코가 사업 중단 의지를 분명히 하고, 국회가 탈석탄법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이를 보완하면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삼척블루파워에 투자를 유지할 동인이 매우 적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투자기관-정부-기업은 기후위험은 물론 재정 위험마저 무시하는 석탄 발전에 대한 수익 보장 논의를 멈추고, 사업 중단과 이를 위한 적정한 보상, 정의로운 전환 대책에 대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석탄을 넘어서’는 답변을 하지 않은 기관들을 대상으로 추가로 탈석탄 정책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투자자와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사업자인 포스코그룹과 정부를 대상으로 삼척블루파워 중단에 관해 요구사항을 전달해 논의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