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넘어서’, 기후부 앞서 기자회견 열고 퍼포먼스·서한 전달
“화석연료 밀어주고 재생에너지 밀어내는 계통운영 방식 개선해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화석연료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네트워크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3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력발전을 우대하는 전력계통 운영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기후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과 이행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기후부에 서한을 전달하며, 재생에너지 중심의 계통 운영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후부가 출범 이후 2040 탈석탄, 2030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등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한 점은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를 촉진하는 정책과 별개로, 실제 전력을 운영하는 방식은 여전히 석탄과 LNG 등 화력발전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더라도 계통 운영 원칙이 바뀌지 않으면 화석연료 발전을 대체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과 현장 운영 사이의 괴리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기자회견문에서 현재 전체 발전량의 약 60%가 화력발전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이는 석탄·LNG 등 대규모 발전설비 중심의 계통 운영 체제가 오랜 기간 유지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현행 제도에서는 석탄·LNG 발전기의 출력이 과도하게 보장되고 있고, 재생에너지는 남는 계통 여유 범위에서만 발전이 허용되면서 출력제어의 부담을 먼저 떠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호남, 전북, 제주 등지에서는 이미 출력제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설비만 확대하고 계통 운영 방식을 그대로 둘 경우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순히 설비용량을 늘리는 문제에 그쳐서는 안 되며, 실제로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계통 운영 원칙과 시장 제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력발전 중심의 운영 체제를 유지한 채 재생에너지 관리 방식만 손보는 것으로는 실질적인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 사이의 경쟁만 심화돼 경제성 악화와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첫째,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계통 운영 방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출력을 보장받는 다수의 화력발전기가 계통 안정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를 밀어내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화력발전기에 대한 과도한 출력 보장 관행과 최소발전용량 설정 방식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 로드맵을 공개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계통 최적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 전력산업 거버넌스와 정보공개 체제를 개편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부합하는 계통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관련 데이터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기후넥서스와 당진환경운동연합이 각각 서한 전달 발언에 나섰고, 경남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참가 단체들은 기후부 출범 6개월이 지난 지금이야말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성과 실효성을 함께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말하면서도 실제 계통 운영에서는 화력발전을 우선 보호하는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며, 기후부가 이제는 선언을 넘어 운영 체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넥서스 이지언 대표는 “기후부가 액화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기 위해 올해 재생에너지7GW, 에너지저장장치(ESS) 1.3GW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긍정적”이라면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것과 동시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접속 대기와 출력 제한 같은 전력계통 병목현상 해소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화력발전기가 전력계통에서 과도한 출력을 보장받는 현행 전력시장 규칙을 개정한다면, 재생에너지 병목 문제와 화석연료 의존을 개선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대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박은정 사무차장은 “당진은 수도권에 전기를 보내는 대표적인 전력 생산지이지만, 정작 지역의 시민과 농민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도 배전망과 전력계통에 접속하지 못하는 모순을 겪고 있다”며 “대규모 석탄발전은 유지한 채 재생에너지만 계통에서 밀려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에서의 에너지전환도 현실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당진과 충남에서 반복돼온 송전망 갈등처럼, 전력정책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맞는 송배전망 계획을 다시 세우고, 그 과정에 지역과 시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검은 정장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화력발전 역할의 참가자들과 흑백 정장의 ‘경비원(전력당국)’ 역할 참가자들은 전력계통 안에서 기존 화력발전이 우선적으로 보호받는 구조를 보여줬다. 반면 밝은 톤의 정장을 입은 재생에너지 역할 참가자들은 계통 진입을 시도하지만 가로막히는 모습으로 연출됐다. 이 퍼포먼스는 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선언과 달리, 실제 운영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이 우선권을 갖고 재생에너지는 뒤로 밀려나는 현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마련됐다. 화석연료 발전을 우대하는 현재의 운영 질서 속에서 재생에너지가 남는 자리에만 들어갈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그 결과 출력제어가 반복되는 상황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화석연료를 넘어서’는 “화력발전을 과도하게 보장하는 계통 운영 방식을 유지한 채 재생에너지 관리 방식만 바꾸는 접근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수 없다”며 “기후부가 화석연료를 우대하는 구조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계통 운영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