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의 일시적 석탄발전 확대…장기적 탈석탄 계획은 그대로라 우려 적어
“한국은 탈석탄 계획 논의가 먼저”…”유럽의 실수 아시아서 반복돼선 안 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파동이 닥치고 수요가 절정에 치달을 겨울을 앞두고 유럽연합이 에너지 수급을 위해 단기적으로 석탄발전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글로벌 기후에너지 씽크탱크 엠버(EMBER)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석탄발전을 일시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국가를 대상으로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가 추가로 배출될 것인지를 분석해 결과를 내놨다.
분석 결과 유럽은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화력발전소 14기가와트(GW)를 예비 전력으로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 발전량의 1.5% 수준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인 8기가와트는 독일에서 승인됐다. 65% 가동률로 2023년까지 발전될 경우 최대 60테라와트시(TWh)가 생산되며, 이는 유럽 전역에서 1주일 동안 소비하는 전력량에 준한다.
이런 추가적인 석탄발전 전망에도, 기후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엠버의 분석에 따르면, 추가 석탄발전 가동으로 2023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00만톤 증가하며 이는 2021년 유럽연합 총 배출량의 1.3%, 전력 부문 배출량의 4.3%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유럽연합이 기후 대응에 한 걸음 물러났다거나 역행하는 게 아니느냐는 우려와 비판과 다르게 이번 분석은 유럽연합의 기후 기조가 크게 위축됐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Q. 이번 자료가 나오게 된 배경
연료 값이 크게 상승하면서 에너지 부족 사태가 터지면서 유럽이 에너지 안보에 신경 쓰며 일부 석탄발전소 재가동 카드를 꺼냈다. 유럽의 탈탄소, 친재생에너지 행보가 중단되고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서는 게 아니느냐며 일각에서 우려가 나왔다. 이번 엠버의 분석으로 유럽이 예고한 단기적 석탄발전 추가로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 탄소중립과 기후 목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객관적으로 설명됐다.
Q. 유럽의 석탄 행보는 기존 기후 의제에 역행하는 것일까?
국내에서도 유럽의 석탄발전 재가동을 보면서 탈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기후 대응에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도 탈석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데 유럽 사례가 인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엠버의 분석은 이와 같은 오해에 반박을 담았다.
유럽의 최근 결정은 단기적으로만 온실가스 배출을 조금 늘어나는 정도다. 2030년까지 탈석탄을 달성하고 과감히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큰 그림은 그대로다. 이번 에너지 위기는 오히려 유럽연합이 화석연료 의존을 더 빠르게 줄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지난 5월 유럽 위원회는 '리파워EU(REPowerEU)'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으로 기후 목표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석탄발전을 추가하는 대신 가스발전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리파워EU 목표에 기반한 분석에 따르면, 유럽은 2030년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9%에 이른다.
Q. 한국의 과제는?
한국은 유럽연합과 다르게 탈석탄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기존 석탄발전의 과감한 감축이 필요한 상황에 오히려 작년에는 신규 석탄발전소 3기가 가동을 시작했고, 추가적인 신규 석탄발전소 가동도 앞둔 상황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탈석탄은 2050년으로 볼 수 있으며, 신규 석탄발전소 설계 수명 30년을 고려하면 2050년 이후에도 석탄발전이 잔존할 수 있다. 한국은 석탄발전 퇴출 연도를 앞당기는 것과 어떻게 퇴출할 것인지를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홍진원, 강릉시민행동 운영위원장
“유럽이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한다고 하여,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소를 더 오래, 많이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4GW의 석탄발전소를 추가로 재가동하여, 총 10GW의 석탄발전소를 가동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가동하고 있는 석탄발전소 용량이 35GW로, 독일보다 훨씬 많은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릉과 삼척에는 4GW 상당의 석탄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가동되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문제 역시 중요하다.
지금 강원도에 건설되고 있는 석탄발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석탄발전소를 정리하면서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지금 바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
"석탄발전을 재가동하는 유럽의 여러 국가는 이미 탈석탄을 이뤘거나, 2030 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할 계획을 세운 국가들이 상당수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은 유럽의 여러 국가가 석탄발전을 재가동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석탄발전을 언제 어떻게 퇴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탈석탄은 설계수명 모두 사용하고 그다음에 더 돌리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더 빠르게 석탄발전을 폐쇄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말이다. 한국도 2030 년까지 석탄발전에서 어떻게 벗어날지, 재생에너지로 어떻게 전환할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사라 브라운, 엠버 수석 분석가
"유럽은 지난날 에너지 정책에서 실수를 저질러 오늘날 급박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여러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유럽연합 국가들은 수입 천연가스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 대한 리스크를 묵과했고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함을 간과했다. 결국 유럽은 재생에너지 도입을 대폭 늘리는 것을 동시에, 일시적으로는 석탄에 의존하겠다는 어렵지만 긴급한 결정에 직면했다. 아시아에서는 유럽과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